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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관람후기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3

by 쇼윈89 2022.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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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 김흥수

붉은색과 녹색 계통 물감이 번지고 서로 스며들면서 생명력을 표출하는 작품.

김흥수는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실험적인 작품을 남긴 화가이다.

구상과 비구상, 한국화와 서양화, 음과 양 등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함께 존재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작품>은 두 가지 개념이 양립하는 시기 전에 제작한 작품이다.

생각하는 여인 - 최종태

최종태가 만든 <생각하는 여인>은 반가사유상을 떠올리게 한다.

왜 모든 것은 병들고 죽을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유한한 생의 의미를 고뇌한 석가모니의 말씀은 글로 남아 지혜의 보물이 되었다.

 

흙을 다루는 지혜

가마 속에 날리는 잿가루가 우연히 그릇 표면에 녹아내리면 반짝이는 막이 생긴다.

인간은 이 현상을 연구해서 유약을 만들어냈다.

재료 배합과 불 때기를 섬세하게 조율하면 옥처럼 고운 그릇을 만들 수 있다.

바로 청자의 탄생이다.

더 아름답고 더 단단한 그릇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마침내 자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자기 흙은 고령토에 장석과 석영을 섞어 1300도의 고온에도 견디도록 특별히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백자 만들기 좋은 흙을 찾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전국을 조사할 정도로 힘을 기울였다.

도자기 만들기는 과거의 첨단 기술이자 예술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 첨단 공학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석보상절 권 20. 21

석가모니의 생애를 우리말로 옮긴 <석보상절>

경이로운 부처님 말씀을 더 널리 전하려면 한글만 한 글자가 없었다.

세종대왕은 세상을 먼저 떠난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려고 불교 서적을 펴내기로 했다.

둘째 아들 수양대군이 명을 받들어 <석보상절>을 지었다.

금속활자인 갑인자로 찍은 초간본이라 더욱 귀하다.

한자에 음을 단 한글과 우리말 부분의 한글에는 서로 다른 활자를 사용했다.

글자의 크기와 서체를 체계적으로 나누어 놓아서 눈에 술술 들어오게 편집했다.

 

초조본 현양성교론 권 11

고려 초조대장경의 일부인 <현양성교론>

석가모니는 인도 사람이어서 최초의 경전은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되었다.

삼장법사로 유명한 당나라 현장 같은 승려들이 그 경전을 한문으로 옮겼는데

이렇게 축적된 한문 경전은 양이 어마어마하다.

고려에서는 11세기에 불교 경전 전체를 집대성해서 초조대장경을 완성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보다 200년 넘게 오래된 대장경이다.

거란에 맞서 싸운 전쟁에서 목판은 불타버렸지만, <현양성교론>은 초조대장경 판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온 세상

괴로움을 없애는

큰 북을 받치고 있던

법고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

업경대

 

고사인물화보첩 - 진재해, 장득만 등 8인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유난히 자녀 교육에 힘을 쏟았다.

왕실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천자문'은 기본이고 어려운 유교 경서까지 읽어야 했다.

아직 글자를 모르는 어린아이를 위한 교재까지 있었다. 

요즘 아이들과 똑같이 그림책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림책인 <고사인물화보첩> 4권에 모두 65장의 그림이 실려있다.

본받을만한 옛 성인과 역사적인 사건을 한 장씩 그려 교훈을 배울 수 있게 엮은 것.

필선과 채색이 꼼꼼해서 원색 화보를 보는 것 같다.

경현당 갱재첩 - 영조, 권적, 김상성 등 14인

영조 임금의 아들 교육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사도세자는 두 살 때부터 '천자문'을 읽었다. (대단한 조기교육....)

영조는 경헌당에 세자와 신하들을 불러서 공부 성과를 들었는데

그림을 보면 빈자리로 나타낸 왕과 세자 앞에서 열세 명의 신하들이 임금이 내린 술상을 받고 있다.

영조는 세자가 총명하다는 신하들의 칭찬을 들으면서도 아들이 영 미덥지 못했나 보다

"살이 찌고 밖에서 노느라고 피부가 탔다"라고 핀잔을 준 일이 이 서화첩에 기록되어있다.

물론 영조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사도세자를 다그쳤겠지만,

지나치게 강압적인 교육은 훗날 벌어지는 비극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기녀와 도박을 하다 - 기산풍속도첩 제20면

놀이에 몰두한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표현한 그림.

남자들이 기생과 어울려 골패 노름을 하고 있다.

띠를 머리에 동여매고 색안경을 낀 모습이 흥미롭다.

이 그림은 김준근이 개항장에서 외국인에게 팔기 위해 그린 그림 중 하나로,

19세기 말 조선의 풍속을 알 수 있어 가치가 높다.

 

노란 옷을 입은 여인 - 이인성

20세기 전반 인간을 향한 시선과 표현이 다양해지면서

근대 지식과 문물을 체현한 신여성이 그림에 등장했다.

화가 이인성이 연인이자 훗날 아내가 되는 김옥순을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대구 유지의 딸로 당시 일본 도쿄에서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던 신여성이었다.

 

여인과 고양이 - 박래현

불안한 현실과 이를 포용하듯 묵묵히 받아들이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그림.

여인의 다리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고양이, 여인 뒤쪽의 검은 그림자,

날카로운 가시와 나뭇가지, 그리고 거꾸로 매달린 새는 여인 주위에 존재하는 불안을 상징한다.

여러 불안 요소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여인은 묵상하고 있다.

 

군상 - 이응노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화가 나름의 대답처럼 보인다.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운 인간은 작게는 가족, 크게는 국가라는 울타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또 누구나 독립된 주체로 살고 싶어 한다. 근원적인 모순.

<군상>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얽혀 거대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몸짓도 모습도 똑같은 사람이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따로, 그러나 함께하는 그림이라서 이처럼 용솟음치는 생명력을 뿜어낸다.

한 사람의 기증으로 수많은 역사와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랍다.

그의 문화사랑 정신으로 수집된 수많은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같이 누릴 수 있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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